강군이 자기 블로그에 영화 재밌다고 써놓은 것도 모자라 주말에 만나서는 two thumbs up을 날리며 정말 재밌다고 극찬(?)한 킹콩을 들다를 봤습니다. 네, 어제 다이어리 보신 분은 아시겠죠. 어제 저녁에, 비오는 우중충한 저녁에, 혼자! 혼자! 혼자! 봤습니다 ㅡㅅ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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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전차 뭐 이런 고전 명작 말고 스포츠 드라마 장르를 처음 접한게 어떤 영화였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워터 보이즈가 물씬 떠오르는데 이건 오소독스에서 좀 벗어나 있어서 꼽기가 살짝 꺼려지는군요. 가장 최근으로는 역시 우생순이 기억납니다. 강군이 이 영화 얘길 하던 참에 우생순 얘기가 잠깐 나왔는데, 강군은 별로 재미 없었답니다. 비교 분석을 위해 우생순을 감상하고 글을 써야 할텐데 그럴 시간이 별로 없군요-_-; 기억에만 의지하자면 우생순은 제게 꽤나 성공적인 스포츠 드라마였고, 30대 배우들이 연기한 30대 캐릭터의 생생함이 굉장히 인상 깊었던 작품 입니다. "true story"가 가지는 힘, 2위(3위던가?)로 끝나는 마무리가 마음에 들었죠. 그런 리얼리티=생생함의 인상은 동일 장르에서 받기 힘들거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우생순에 점수를 더 주고 있기도 합니다.

킹콩을 들다도 팔딱 팔딱 튀는 활어처럼 생생함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그 생생함은 우생순의 리얼리티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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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리얼한 이범수의 똥배..

이런 류의 영화가 대부분 - 아니, 안 그런 영화를 찾기가 힘들죠 - 패자들이 영웅으로 올라서는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이 다수 존재합니다.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어서, 역경 - 극복 - 성공의 코스를 차근 차근 밟아가는데, 역경부가 굉장히 늘어지는 감이 있습니다. 제가 신파를 굉장히 싫어하기도 하고, 또 요즘 시대가 감동의 강요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이기도 하고... 말 그대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이 꽤나 나오더군요. 흡사 감독이 스크린 속에서 내내 '이 정도면 우나? 모자른가? 그럼 좀 더' 하고 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 그 느낌 굉장히 생생했어요... 하는건 농담이고, 데뷔작이라 아직 맺고 끊는 호흡이 자연스럽지 않은 탓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킹콩을 들다의 생생함은 캐릭터에 있습니다. 신인급으로 구성된 배우들이 지닌 정제되지 않은 연기톤이, 그들이 뿜어대는 에너지가 촌구석 여학생이라는 어리버리 역도부 소녀들 캐릭터와 합쳐져서, 자신을 어색하게 느끼는 10대의 모습을 잘 표현해 낸 것 같더군요. 딱 그 나이 그 시절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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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말하자면 투박한 질그릇의 소박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 거친 질감을 마다하지 않는 분이라면 two thumbs up.

정작 저는 금메달 인생이라는 흔한 얘기에서 필이 왔습니다. 이건 제가 01년에 훈련소 들어가 있을 때 얘긴데, 당시 훈련 받느라 애들이 힘들어 죽으려고 하고 있으면 조교가 '니들 몸이 4급이라고 인생도 4급이야?' 하는 얘길 했었더랬죠. 그때는 참 별걸 다 갖다 붙인다 싶었는데 이후 종종 떠오르는 격려사 비슷한 말이 되었습니다. 그때 그 아저씨 지금 어디서 뭐하려나... 아무튼 그 말대로 입니다. 인생, 최선을 다해야 하고, 누구든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면 그게 바로 금메달 인생이지요. 마지막에 웃으며 눈 감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기에, 꽤나 괜찮은 표어(?)가 될 것 같습니다. 금메달 인생!